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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역사 탐방(3)

우리의 영원한 스승 장박 선생님

우리가 미식축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절인 1939년에 이미 일본에서 올스타로 선정이 되셨고, 귀국 후에는 1946년 9월 조선미식축구협회 창립인(1946년 9월 5일 동아일보)의 한분, 이해 12월 한미 올스타전에서 조선대표팀과의 감독 겸 선수, 1954년 전쟁 후 협회의 부활, 1947년 서울사대 팀 창설 및 지도, 배재고등학교 창립 및 지도, 서울대 팀 코치를 거치면서 암흑기간 중에 우리 미식축구를 외롭게 이끌어 오시다가 1980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귀천(歸天, 하늘로 돌아가심))하신 분이다.
장박(張博)선생님은 미식축구가 있는 곳에는 항상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한마디로 장박선생님은 미식축구만을 위하여 한평생을 사셨던 분이다.

1972년 춘계에서 심판을 보시는 장선생님

1939년 일본 미식축구의 올스타
1988년에 발간된 일본 미식축구 50년사 “한없는 전진”이라는 책 중에 1939년도 페이지를 열면 장박 선생님의 이름을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당시 관동 관서 올스타전에서 관동의 올스타로, 포지션은 LH로 선발 되었고, 장 선생님의 활략으로 관동 팀이 32:0으로 승리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관동리그 결승에서 메이지에 장선생님은 마지막 쿼터에 70야드를 독주하여 터치다운을 터뜨리는 수훈에 힘입어 6:0으로 이겼다는 "張 70 야드 快走”라는 타이틀로 보도된 기사도 있다.
1939년 봄 5월 27일에는 게이오와 와세다가 경성(서울)운동장에서 시범경기를 하였는데 이 경기에서 장 선생님은 최인형 선생님과 같이 와세다의 주전으로 활략하셨던 것으로 동아일보(1939년 5월 28일)에 게재되어있다.
또한 일본 미식축구 50년사에는 이날 장박(張博)과 후쿠다(福田)가 한 개씩의 터치다운을 터뜨리면서 게이오를 12-2로 격파하였다 라고 기술되어있다.

1939년 장선생님수훈으로 와세다 우승 기사

관동 올스타로 선발된 장박선생님(일본 50년사)

미식축구만이 인생의 전부이셨던 선생님
장박선생님은 1917년 10월 26일 개성의 갑부 집에서 태어나셔서 1937년에 일본와세다 법학부에 입학하셨고 1941년에 졸업한 것으로 와세다(早稻田)대 학적부에 기록되어있다.(저자 와세다 학적부로 확인함).

졸업 후에 고향인 개성에 계시다가 해방 후에 북한에 가지고 계시던 재산은 모두 남겨 놓고 월남하셨고, 그 나마 서울에 있던 재산도 다 날렸지만 일은 할 줄 모르고 평생 미식축구 밖에 모르시던 분 같았다. 사실 그랬다. 약주 한잔 드시면 기분이 좋아지셔서 와세다 시절을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당시에는 우리는 그 말씀을 100% 믿지는 않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일본에서 보내온 "한(限)없는 전진(前進)"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일본 미식축구 50년사"를 받아보고 "장선생님이 대단하셨던 분이로구나“를 알게 되었다.

일본와세다대에서 보내온 장선생님 학적부 요약

張博様　＝早稲田大学米式蹴球部OB
1917年 10月26日にて出生
1937年日本早稲田法學部入學, 1941年卒業

1939년 와세다와 메이지의 경기

대구역에서 열차로 떠나시던 뒷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려
1976년 필자가 경북대로 발령을 받아 대구에서 새로 생활을 시작할 때다. 장선생님은 가끔 필자를 찾아오셨고 조촐한 저녁상에 약주를 올리면 좋아하셨다. 서울로 돌아가실 때는 기차표와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받아 대구역 계단으로 내려가시던 그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 거린다. 생활이 무척 어려웠던 시절이다.
필자가 1983년에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아무도 어디 계신 줄 몰랐다. 후에 1980년에 대전 어느 곳에서 쓸쓸히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아 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1973년 장박(뒷줄 제일 오른쪽) 선생님과 서울대 선수들

와세다의 교가에 나도 모르게 흘린 눈물
장선생님은 흥이 나시면 와세다 교가를 부르셨다. 그러면서 "이 노래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가 중에 하나야"라고 자랑하시곤 하셨다. 2002년 일본으로 고시엔볼을 보러 같을 때였다. 그해에는 와세다가 관동에서 우승 하여 고시엔보울에 첫 출전을 하게 되었고, 관서의 우승팀인 릿츠메이칸(立命館)과의 경기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약 3만 관중이 운집한 고시엔구장에 울려 퍼지는 와세다의 교가는 정말 아름다웠다. 일본관서협회 후루가와 회장님이 일본 3대 대학교가 중에 하나라고 말씀하셨다. 예전에 장 선생님이 부르실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감동적이었고, 하늘에서 장 선생님께서 듣고 계시는듯하여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왔다.

와세다 시절의 장선생님 앞줄 제일 왼편, 뒤졸 왼편이 최인형선생님

2007년 한국 월드컵 대표팀 와세다의 많은 도움을 받아
2007년 우리 한국대표팀이 제3회 미식축구월드컵 대회에 출전하러 일본에 갔을 때 연습구장, 매니저, 트레이너, 장비수선 및 관리, 테이핑, 지원용 차량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을 준 학교가 바로 장 선생님의 모교인 와세다 대학이다.
처음 와세다 측과 만날 때 장 선생님을 설명해 드렸고, 우리는 장 선생님의 제자라고 강조를 하였다. 그리고 와세다 OB회 회장의 지시로 커다란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우리는 와세다에 많은 빛을 졌다. 와세다 뿐 아니라 장박선생님에게도 빛을 진 것이다.

대구경북 올해의 선수상은 장박 트로피
대구-경북 미식축구협회에서는 매년 "대구-경북 미식축구인의 밤" 행사를 하고있다.
이 행사에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 선정이다. 이 상의 이름은 "장박트로피"라고 명명되어있다.
이상은 1996년에 제정되었는데 조금이 나마 장 선생님의 공적을 기리고 장 선생님의 이름을 후배들에게 기억 시키기 위함이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있으며 2020년 현재 24회째 수상이 되고 있다.
사실 우리 미식축구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들 앞서 계셨던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2009년 장박 트로피 수상자 이태욱

인용 자료
1. 사진제공: 최인형 선생님(2010년 8월)/박경규 개인소장
2. 동아일보 1939년 5월 28일 보도 기사
3. 자료 일본 미식축구협회 발간 한없는 전진
4. 장박: 생전의 대회 중에서

글쓴이: 경북대학교 미식축구부 감독 한길 박경규